자칫하면 생활패턴이 엉망이 될 수도 있는 재택근무. 프로 재택근무러 트리님께서 직접 시행착오를 거치시며 체득한 '슬기롭게 재택근무하는 노하우'에 대해 소개해드립니다.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근무 제도를 활용해서 내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바꿔볼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반에는 누구나 그렇듯 우울감, 생산성 저하, 체력 감소 등 부작용들을 겪었다. 그러나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만족스럽고 안정적으로 재택근무 생활을 100% 즐기고(?) 있다. 완벽 적응을 하기 위해서 어떠한 방법들을 시도해 왔는지 소소하고 뻔하지만 확실했던 방법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재택근무의 시작과 끝을 명확하게
업무의 끝 마무리를 짓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재택 하면 일을 더 안 하게 되지 않느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오히려 일을 많이 하게 돼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그냥 손에 닿는 대로 계속 일 하다가 저녁 먹을 타이밍을 훌쩍 넘겨서 퇴근해 버리는 것이다. 눈 뜨자마자 출근하고 하루 종일 집에 처박혀서 혼자 일만 하다가 깜깜해지면 퇴근하는 삶. 상상만 해도 암울하지 않은지.
나의 경우 긴 호흡으로 집중해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한 시간 (오후 10시 이후)에 업무를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업무 연락이 오지 않는 시간대여서 집중하기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시간대에 일을 다시 시작하면 아무래도 12시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일을 하게 되어서 다음 날 컨디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업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유가 주어진다는 것은 결국 내 마음대로 일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것은 루틴을 무너뜨리게 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불규칙적으로 사는 것이 삶의 질과 나의 건강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할 때는 스스로의 업무 루틴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정해진 시간 범위 내에서 그날 꼭 해야 하는 일을 모두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다 처리하지 못한 일은 내일의 나에게 넘길 수 있는 융통성도 필요하다.
따라서 모두 퇴근용 알림을 설정하도록 합시다.
알림 울리면 바로 퇴근!

2. 자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의 분리
내가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했을 때 내 방에는 책상이 아예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더 이상 내 인생에 공부는 없다!'하면서 책상을 갖다 버렸기 때문이다. 종종 동생이 집에 없는 틈을 타서 동생 책상에 기생하거나 거실에 있는 식탁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근무는 침대 위 혹은 작은 화장대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침대 위에 올릴 수 있는 간이 테이블을 두고 좌식으로 일을 했던 시간이 꽤 길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목디스크는 이때부터 진행된 것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잠을 자는 공간에서 잠도 자고 일도 하다 보니 업무와 휴식의 경계가 전혀 없었다. 이것은 내가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 가장 최악의 시간이었다. 일을 하는 도중에는 눕고 싶어지고, 잠을 자야 될 때는 업무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업무와 휴식, 둘 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타이밍 좋게 마침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사를 간 집에는 서재를 따로 둘 수가 있었다. 비로소 업무 공간과 자는 공간을 분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나의 재택근무 만족도는 확실하게 높아졌다. 이전보다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고 휴식과 수면의 질도 좋아졌다.
물론, 반드시 벽과 문으로 분리된 두 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업무 하는 자세에서 잠을 자는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잠을 잘 때는 업무 공간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인 것 같다. 요즘 유튜브에서 자취/인테리어 관련 컨텐츠들을 검색해보면 굉장히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파티션, 커튼, 책장 등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구역을 나눠서 슬기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공간이 좁다고 포기하지 말고 꼭 한 번 시도해보길 바란다.

3. 업무 시작 전에 개인 시간 갖기
여러 번 언급했지만 재택의 가장 큰 장점은 결국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전 시간에 여유가 많이 생긴다. 잠을 더 보충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짧게나마 내 개인 시간을 갖는 것을 선택했다.
개인 시간이라고 해봤자 거창한 것은 하지 않는다.
- 멍 때리면서 증권 뉴스 보기
- 식탁에 앉아서 엄마랑 수다 떨기
- 아침을 차려 먹기 (호텔 조식 스타일로)
- 노래 틀어놓고 독서하기
- 인터넷 쇼핑하기
- 차 내려 마시기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반 정도. 핵심은 일과 관련되어 있지 않는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을 해야 하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보내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상큼한 기분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4. 재택근무지만 출근 준비하기
출근 준비하는 시간이 없어서 이득이라면서 웬 출근 준비?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업무 시간과 휴식 시간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의식적인 절차를 둔다는 의미이다. 준비 같은 것을 안 해도 되니 편해서 좋은 사람이 있는 한편 나 같이 최소한의 꾸밈 노동이 오히려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의식이 되기도 한다.
나는 화장을 하고 옷을 갖춰 입고 나가는 것이 인생의 작은 낙이었던 사람이었어서 이 '출근 준비' 과정이 없으면 묘하게 텐션이 좀 우울해진다. 그래서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계획이 없음에도 머리를 정돈하고 눈썹도 살짝 그리고 좋아하는 립 컬러도 바른다.
또한 우리 회사는 줌으로 하는 회의를 정말 많이 하고 난 회의에 참석할 때는 항상 화면을 켜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의 사람 꼴(?)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근 준비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아무도 내 꼴에 관심은 없겠지만 회의를 진행할 때 내 화면이 보이는 내 모습이 너무 추레하면 뭔가 자신감이 없어진다.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서라고 생각해 주면 될 것 같다.
굳이 화장이 아니더라도 업무용 티셔츠로 갈아 입는다거나 머리를 정돈하는 것과 같이 출근 모드로 나의 모양새를 정돈하는 시간이 있다면 휴식과 업무 모드에 경계가 생기면서 좀 더 슬기롭게 재택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리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플렉스웍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재택근무 3년차, 잘 적응했을까? 재택 근무자의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