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최다예입니다. 도토리스튜디오라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포스터, 리플렛, 책 등 인쇄물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6월 말, 플렉스웍과 디지털 노마드 코리아에서 마련해주신 이벤트 덕분에 2박 3일 워케이션을 다녀왔는데, 짤막하게나마 후기를 공유합니다.
제주에 살고 있지만 제주에서 진행되는 워케이션 이벤트에 신청했다. 이유는 딱 두 가지. 1) 새롭게 오픈을 앞둔 리플로우(re:flow)라는 워크앤스테이 공간이 궁금했고, 2) 전 세계 각국에서 온 디지털 노마드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다른 나라의 리모트 워커들은 어떤 형태로 일을 하는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등등 다양한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가 생겨 워케이션에 참여할 수 있었다.
Day 1_다양한 직업의 디지털 노마드들과 함께!
저녁에는 국내외에서 온 디지털 노마드들과 네트워킹 파티가 예정되어 있었다. 주최측에서 마련해주신 와인과 핑거푸드를 곁들이며, 각자 어디에서 왔고 무슨 일을 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파이낸스 매니저 등 평소에 나와는 접점이 전혀 없는 직군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나는 아직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 지 6개월 밖에 안 됐는데, 코로나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했다는 친구도 있었고, 4년 째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한다는 친구도 있었다. 제각기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 제주에, 그것도 탑동 리플로우에 워케이션을 하러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얘기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다들 다음 날 진행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 보니 12시쯤 마무리를 지었다.

Day 2_집중해서 일하고 함께 밥 먹고 해변 산책
각자의 업무 시간에 맞춰 일을 시작했다. 나는 리플로우에서 최대한 많은 공간을 겪어보고 싶어서 오전에는 공용 라운지의 넓은 테이블에서 일을 하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회의실로 옮겨가 일을 했다. 리플로우는 디앤디파트먼트스토어의 d room을 리모델링한 곳인데, 호텔로 사용되던 곳이다보니 인테리어가 훌륭했다. 객실 안에도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서 공용 라운지로 나가지 않고도 방에서도 충분히 업무가 가능했고, 방문을 나서면 탁 트인 공용 라운지가 나온다. 출근까지 1분. 기본적으로 숙소이기 때문에 편한 옷을 입고 업무를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았고, 필요하면 언제든 방에 들어가 물건을 가져올 수 있어서 가볍게 옮겨다닐 수 있었던 점이 제일 좋았다.

다들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솔직히 조금 놀랐는데, 심지어 일하느라 점심을 거른 친구들도 몇몇 있을 정도였다. 프리랜서로 혼자 일하면 은근히 밥도 못 먹고 일할 때가 많은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네트워킹 파티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아비(Abby), 플렉스웍 마케터인 정연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일하다 같이 밥 먹으러 갈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동료가 생긴 것 같아 즐거웠다.
저녁에는 노을을 보러 이호테우 해변에 갈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몇몇 친구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야근을 피하기 위해 남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업무를 처리했고, 덕분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막상 해변에 도착했을 때는 구름이 잔뜩 껴서 핑크빛 노을 같은 건 없었지만, 다들 즐거웠다고 했으니 그걸로 됐다…^^)

Day 3_짧아서 아쉬웠던 워케이션을 마치며
마지막 날은 오전 중에 체크아웃을 해야 해서 리플로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했다. 체크인과 체크아웃 하는 날을 제외하면 정말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밖에 없었기에 워케이션으로 2박 3일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 일주일은 머물러야 충분히 일과 휴식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제주에 사는데 굳이 제주 워케이션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yes다. 낮에는 업무에 최적화된 공유 오피스에서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객실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업무에 몰입도 훨씬 잘 된다. 특히 캐리어에 담을 수 있는 만큼의 물건들만 챙겨서 생활을 간소화하는 만큼, 쓸데 없는 것들에 집중력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워케이션의 제일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다. 혹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새로운 국면이 필요하다면 설령 집과 가까운 곳이라 할지라도 워케이션을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제주 워케이션에서는 잠시나마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 퇴근 후에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겨 즐거웠다. 어쩌다 인생의 패스가 겹쳐 제주에서 잠시 마주쳤지만, 다시 또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길을 떠나겠지. 부디 언젠가, 지구의 어딘가에서 다시 한 번 마주칠 수 있기를.
글 그래픽 디자이너 최다예
편집 플렉스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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