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를 하면서 유연 근무제까지 가능한 삶은 어떨까요?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나에게 맞는 시간을 선택해 일하는 삶은 그저 좋을 것만 같지만 이를 경험한 적지 않은 이들은 자기 관리의 어려움도 토로합니다.
에디터에서 개발자로 성공적으로 전직한 정원님이 호주 시드니의 스타트업에서 원격으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유연 근무제 = 책임감 + 성장
글로벌 기업의 협업 환경은 어떤가요?
우선, 제가 일했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설명하자면 단기 프로젝트 계약 같은 경우 자율 근무가 보장되는 것 위주로 골라서 일하려고 했어요. 모든 리모트 프리랜서가 완전 자율근무 혹은 유연 근무로 일하는 건 아니라서요.
리모트 워크가 가능한 기업인 경우에는 이에 대한 체계도 잘 잡혀 있어 원격 근무 시에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하긴 했어요. 마감일, 정해진 미팅 시간 준수, 적절한 커뮤니케이션만 된다면 언제 일해도 사실 상관 없었습니다. 다만, 팀 내에 책임이 좀 더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는 다른 직원들과 같이 일하는 코어 시간(Core time)을 좀 더 신경쓰게 되어서, 자율 근무처럼 보여도 정해진 루틴 내에서 동료와 소통하며 일하는 방향으로 알아서 세팅이 되는 편이었어요. 협업하는 개발자들이 아시아 타임존에 많이 있다보니, 저절로 그 시간대에 일하게 되기도 하고요.
결론적으로 똑같은 리모트 워크여도, 역할에 따른 책임감과 유연성에 비례해 환경이 유연하게 바뀌니 잘 적응해야 하는 것 같아요!
소통은 주로 슬랙(Slack)을 많이 사용하고, 일을 한 다음에는 우리 팀이 어떻게 일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리고 매일 짧게라도 모여서 각자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공유하는 미팅을 해요. 금요일마다 온라인으로 타운홀 미팅 같은 것도 하고, 데브팀 내 align인을 위한 미팅, 교육 그 외 팀 내 스프린트 플래닝/리뷰, 스탠드업 미팅 등등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팀 내 유대를 위한 게임 세션을 정기적으로 갖기도 해요.

유연 근무제를 원하면서도 자기 관리를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저는 유연하게 일하면서 오히려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꼈어요. 일하는 시간과 장소는 스스로 정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마감일은 무조건 맞춰야 하고, 주어진 유연함 안에서 내가 책임감 있게 마무리 해야하니까요.
물론 어떤 업무 환경이든 내 일을 잘 하는 건 기본이지만 회사가 정한 시간에 일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저 철저하게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이런 부분이 힘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더 성장한다는 느낌을 항상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시간도 외로움도 잘 관리해야죠
정원님만의 시간 관리 팁이 있다면?
저는 지금 회사 일 외에도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IT 분야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국제 비영리 조직인 ‘위민후코드 서울(Women Who Code Seoul)’이라는 곳이에요. 이렇게 업무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보니 개인 일정을 잘 관리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촘촘하게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는데, 분 단위로 움직이는 게 오히려 계획을 실천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경우들이 있었어요.
그리고는 안되겠다 싶어서 구글 캘린더를 활용해 시간 단위로 오늘은 뭘 했는지 기록하고, 회고하는 방향으로 바꿨어요. 지금까지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꽤 만족스러워요. 오늘은 시간을 이렇게 썼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하고 회고하는 식으로요.
일하면서 외롭다고 느껴질 때 해소법은?
혼자 일하다보면 아무래도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외로움을 해소하려고 이번에 제주도로 워케이션도 온 거예요. 그리고 ‘위민후코드 서울’에서 운영진으로도 활동하면서 다른 개발자분들과도 만나고, 연차가 높은 선배님들도 만나면서 커뮤니티 속에서 네트워킹을 이어가고 있어요. 정보교류도 활발하고, 서로 일자리 소개도 해주고요. 한국인 외에도 대만, 도쿄, 그 외 해외 개발자들과도 소통하고 있습니다.
계속 혼자 집에서 일하니까 좀 답답하기도 하고, 건강에도 안좋은 것 같더라구요. 출퇴근 하는 느낌을 내고 싶어서 공유 오피스에서 일할까도 생각해 봤는데 장비를 챙겨서 왔다갔다 하는 게 비합리적인 것 같아서 아직은 뭐가 더 좋을지 고민하는 중이에요.

‘자기 객관화’와 ‘책임감’이 리모트 워커의 제1능력
리모트워커가 가져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요?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내 능력치는 얼마인지, 그리고 그 걸 가격으로 책정하여 시장과 딜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요? 프리랜서는 자기 자신의 가격을 책정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거든요.
또한 책임감있게 마감기한을 잘 맞춰야 하는 거?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마감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프리랜서로 자격이 없는 것 같거든요.
지금 언급한 역량들은 사무실에서 일할 때도 물론 필요하죠. 저는 주니어 때 "XX 포지션에 도달하기 위해, XX 연봉을 받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이 있지?", “잘 하고 있는게 맞나?”를 스스로 질문하며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남들과 비교했을 때 잘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의 계획을 살짝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엔지니어로 계속 일할 것 같아요. 단기적으로는 제가 할 수 있는 분야를 좀 더 확장시켜 보고 싶고, 장기적으로는 저를 찾아가는 일도 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창업이 될 수도 있고, 제가 가진 기술을 활용한 플러스 알파 요소를 만들고 싶거든요.
그리고 24년 1월에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약 1년 간 지내고 올 예정이에요. 현지 개발자들 밋업에도 나가고 해커톤에도 나가볼 예정이에요. 하지만 제가 캐나다에 간다고 해서 꼭 캐나다 회사랑 일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 한국에서 호주 회사와 일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 회사랑 일을 할 수도 있구요, 다른 곳의 회사가 될 수도 있겠죠. 캐나다도 비자 정책이 계속 바뀌고 있어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되었든 아마 그때그때 저에게 최선인 선택을 할 것 같아요.
리모트 워커로 일하고 있는 지금은 현재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베스트라고 생각하고, 정말 만족하고 있어서 당분간은 정말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라면 리모트로 계속 일할 생각입니다.

디지털 노마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이미지가 강한데, 저는 한 나라에 오래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저는 여행보다는 한 지역에 살아보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하구요. 결국 내 삶에 자유도를 높이고 주도적으로 사는 것이 진짜 디지털노마드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커리어로 과감하게 변화하고, 원격근무로 내 삶을 더욱 주도적으로 꾸려가는 정원님을 보면서 커리어와 삶에 대한 열정과 적극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원격근무로 일과 생활 속 더 많은 선택지를 스스로 선택하고, 더 큰 책임감과 프로페셔널함으로 무장하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리모트 워커의 모습이 아닐까하고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원님이 쌓아가고 있는 삶의 여정과 태도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디자인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 플렉스웍
👉해외 취업과 리모트 워크를 다 잡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정원님 인터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