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1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틱톡커 자이드 칸은 최근 뉴욕 지하철 모습을 촬영하며 “나는 최근 ‘조용히 그만두기’라는 용어에 대해 배웠다”고 말하였으며, 그는 “조용히 그만두기는 실제로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필요 이상으로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는 일이 곧 삶인 ‘허슬 컬쳐’를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이후 다른 틱톡커들도 해당 용어를 소개하고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등의 외신에서 이를 다루면서 ‘조용히 그만두기’란 신조어는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가 올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2009년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경제학 심포지엄에서 야망(ambitions)이 줄어드는 사회적 현상을 설명할 때 처음 쓰인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회사일에 ‘올인’하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나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와 결이 비슷하지만, 직장에 대한 열정을 잃었다는 부정적 뉘앙스가 좀 더 강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용어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조용히 그만두기’의 정의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어떤 이에겐 일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뜻하는 반면, 또 다른 이들에겐 별도의 수당 없인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은 32%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조용히 그만두기, 왜 유행할까?
조용히 그만두기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일에 모든 시간과 정성을 쏟아붓는 '허슬 문화'와 상반된 개념인데요. 단어 자체가 '그만두기(quitting)'란 표현이 있어 퇴사를 의미하는 듯 보이지만 이보다는 번아웃을 겪은 직장인이 자신의 삶을 더욱 중시하며 일, 직장과 거리두기를 한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추가 수당 없이 과도하게 일을 하고 있다는 불만과 압박감이 터져나온 표현이기도 하죠. WP는 "MZ세대의 지식 근로자가 업무 환경 변화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이 같은 현상에 코로나 팬데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는데요. 조용히 그만두기(콰이어트 퀴팅)이 확산된 배경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은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피로감입니다. 인사 관리 기업 세지윅의 미셸 헤이 글로벌 최고인사책임자(CPO)는 “팬데믹의 끝자락에서 다수가 겪고 있는 피곤, 좌절과 관련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전 세계 직장인 중 업무로 받는 스트레스를 받는 비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하였는데요.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96개국의 11만2312개 기업을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전 세계 직장인 중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응답이 44%로 사상 최고로 집계되었습니다. 일을 할 때 걱정하거나 화나 슬픔을 느끼는 비율은 2020년에 비해 줄었는데 스트레스 정도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대퇴사 움직임, 원격근무 확대 등 일과 관련한 변화가 큰 상황에서 번아웃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증가한 것이 이유로 꼽힐 수 있습니다.
특히 조용히 그만두기 열풍이 부는 미국 MZ세대의 경우 회사에 참여 의식을 갖는 비중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갤럽 조사에서 1989년 이후 태어난 MZ세대 직장인 중 소속감을 느끼는 비중이 1분기 중 31%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습니다. 짐 하터 갤럽 근무 환경 및 웰빙 리서치 담당 최고 과학자는 조용히 그만두기를 언급하는 직장인들은 직장에 나오긴 하지만 최소한의 일을 한다는 점에서 직장에 소속감을 느끼진 못한다고 하는 응답자와 맥을 같이 한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사실 MZ세대 사이에서 조용히 그만두기와 비슷한 단어가 이전에도 유행한 적 있었습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유행한 '탕핑'이라는 단어를 대표적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이 단어의 뜻은 '똑바로 드러누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로, 온 힘을 다해 노력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더 노력하지 않고 최소한의 욕망만 유지하며 생활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지난해 중국의 10대 인터넷 용어로도 꼽힐 정도로 유행한 단어인데요. 1년 뒤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도 비슷한 뜻을 지닌 단어가 유행한 것을 보면 이러한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용히 그만두기, 부정적인 시선도 있어...
조용히 그만두기를 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불법적 업무 지시와 부당한 초과 근무에 시달리는 근로자가 많다고 보는 쪽에서는 조용히 그만두기를 “법과 근로계약의 테두리 안에서 정해진 일만 수행하겠다는 근로자들의 정당한 요구”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미디어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는 에드 지트론은 “콰이어트 퀴팅(조용히 그만두기)은 적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받은 만큼 일하고 추가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이라며 “콰이어트 퀴팅(조용히 그만두기)을 타개하고 싶으면 초과 근무에 수당을 지급하면 된다”고 일갈하였습니다.
반면 조용히 그만두기를 ‘월급루팡(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들이 근무 태만을 미화하기 위해 만들어 낸 세련된 용어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앤서니 클로츠 교수는 “콰이어트 퀴팅(조용히 그만두기)이 젊은 세대의 문화로 포장됐으나 일탈, 근무 태만, 업무 부실 등의 이름으로 수십년간 존재한 트렌드”라고 일축했습니다.
체념보다는 변화가 먼저!
콰이어트 퀴팅(조용히 그만두기)족은 자신이 처한 여건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버티기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 어렵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당히 일하며 남들과 비슷한 월급을 받고, 자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용히 그만두기는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독(毒)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체념은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는 “일을 열심히 하면 스트레스만 늘고 받는 돈에 비해 손해 보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나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투자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였으며, 다른 전문가들도 당장 퇴사가 어렵다면 업무 시간 외에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체념만 하는 것보다 낫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도 콰이어트 퀴팅(조용히 그만두기)을 단순 업무 태만으로 규정할 게 아니라 그들이 일에 몰두하지 못하게 하는 사내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콰이어트 퀴팅(조용히 그만두기)은 나쁜 직원이 아닌 나쁜 상사에 관한 문제”라며 “직원들은 자신의 에너지·창의성·시간·열정을 ‘자격이 있는 조직과 리더’에게 주고 싶어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직원과 사전 면담하고 업무 방식을 되돌아 볼 것!
직원들이 이렇듯 조용히 그만두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고용주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휴가 사용을 장려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기에선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최연소 종신교수로 유명 학자인 애덤 그랜트 조직 심리학 교수가 지난 16일 한 행사에서 언급한 직장의 유독 문화와 번아웃을 어떻게 막는지에 대해 강연한 내용 중 그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사람들을 붙잡아두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그랜드 교수는 세가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직원들이 퇴사를 하기 직전에야 면담을 하지말고 미리 면담을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는 고용주가 직원들을 만나 왜 이 회사에 들어왔고 계속 다니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직을 유발하는 원인이 혹시 있는지 등을 사전에 파악하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랜트 교수는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피드백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만 하면 그들이 편안하게 말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평가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직원들의 피드백을 받은 이후에는 기존 업무 방식에 대해서 되돌아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고용주가 그동안 최선이라 생각했던 업무 방식이 현 시점에도 적합한 지를 놓고 최소 1년에 두차례 정도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검토해보라는 것입니다.
또 직원들의 정신 건강이 업무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이들이 이메일이나 화상회의 하는 시간을 제한하도록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소속감을 가지면 기업과 직원 모두 긍정적 효과를 갖는 만큼 기업의 목적과 연계돼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하라고 덧붙여 조언하였습니다.
편집 Flexwork
참고 * 조선일보, 직장인 '콰이어크 퀴팅' 확산... "최소한 업무만 한다, 칼퇴후 건드리지마" * 아시아경제, '조용히 그만두기'가 뭐길래... MZ세대는 왜 열광하나 * 조선일보, '허슬컬쳐'는 이제 그만... 미, MZ세대 직장인서 퍼지는 '조용한 사직' * Gallup, Is Quiet Quitting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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