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안은 충분합니다. AI에게 요청하면 다른 콘셉트와 타깃, 홍보 문구까지 이어서 나옵니다. 그런데 회의는 끝나지 않습니다. 어느 안에 예산과 사람을 붙일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선택이 어려울 때 아이디어를 더 만들어보는 팀도 있을 겁니다. 후보가 늘면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새 안을 만드는 능력과 그중 실행할 안을 고르는 능력은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P&G의 제품개발 현장에서 진행된 실험은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P&G 직원들은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었습니다
연구진은 2024년 P&G에서 실제 제품 혁신 과제를 활용한 현장실험을 진행했습니다. 2026년 출판된 논문의 분석 대상은 791명입니다. 연구개발·사업 직군의 참가자들은 개인 또는 팀으로, AI를 쓰거나 쓰지 않는 조건에 무작위 배정됐습니다. AI를 활용한 개인은 AI 없는 팀과 비슷한 수준의 제안 품질을 보였습니다. 연구 원문
과정별 결과는 달랐습니다. 참가자들은 아이디어 다섯 개를 만든 뒤 하나를 선택했습니다. 외부 평가상 가장 좋은 안을 고른 비율은 AI 없는 팀이 약 50%, AI 활용 조건들이 약 37%였습니다. 다만 AI 활용 조건은 후보 자체의 품질이 높아 최종 선택안의 품질도 더 좋았습니다. 선택 분석은 전체 성과를 분해한 결과이며, AI가 사람의 판단력을 장기적으로 떨어뜨렸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원문 §5.4.1·그림 8
우리 팀이라면, 회의에 올라오는 자료부터 바꿔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연구를 바탕으로 한 플렉스웍의 실무 적용 제안입니다.
다음 기획 회의에서는 완성된 제안서와 별도로 ‘선택 근거 한 장’을 받아보면 어떨까요. 각 안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그 문제를 실제로 겪는 고객은 누구인지, 무엇을 확인해야 실행할 수 있는지 적는 문서입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팀이 신규 고객을 위한 이벤트 안을 검토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는 설명을 위한 가상 예시입니다. 한 안은 참여자가 많아 보이고, 다른 안은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좁게 겨냥합니다.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이번 캠페인의 목표와 확인할 자료에 달려 있습니다.
이때 제안서를 더 설득력 있게 다듬기 전에 비교 기준부터 합의해보세요. 신규 고객의 범위, 예산 한도, 실행에 필요한 인력, 성공을 판단할 지표를 같은 표에 적습니다. 후보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발표를 잘한 안이 선택될 수 있습니다.
아직 고객 수요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예상 효과를 확정된 수치처럼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가 필요한지, 작은 테스트로 확인할 수 있는지 다음 행동을 붙여두세요.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데 부족한 정보를 드러내는 것까지가 제안의 일부입니다.
AI에게 평가를 맡길 때도 회사의 기준을 먼저 적으세요
AI로 여러 안의 장단점을 정리하는 작업은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가장 좋은 안을 골라줘’라고 요청하기 전에 회사가 생각하는 좋은 안의 조건을 적는 편이 좋겠습니다.
같은 콘셉트도 지금 확보한 고객군과 유통망, 운영 인력에 따라 실행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회사 내부에서만 아는 제약을 입력하지 않은 평가표로 예산을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담당자가 AI의 순위를 보기 전에 자신의 선택과 이유를 먼저 써볼 수 있습니다. 이후 순위가 다른 항목을 찾아 근거를 대조합니다. AI와 의견이 일치하는지보다 그 선택이 어떤 자료에 기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아래 질문은 선택 회의에서 써볼 수 있습니다.
이 안이 해결할 고객의 문제를 무엇으로 확인했나요?
다른 안보다 먼저 실행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안을 포기하게 만들 반대 근거는 무엇인가요?
지금 실행하기 전에 확인할 가정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제안 내용을 이해하는 직무 경험과 현재 회사 상황이 함께 필요합니다. 좋은 문구를 골랐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문가를 찾을 때도 선택 과정을 확인해보세요
기획을 맡길 전문가의 결과물을 볼 때 채택된 안과 함께 제외한 안도 살펴보세요. 어떤 조건 때문에 보류했는지, 실험 뒤 판단이 달라진 적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기획 검토에 시간제 전문가가 참여한다면 산출물을 ‘아이디어 목록’보다 구체적으로 정해보세요. 후보 비교표와 확인이 필요한 가정, 다음 테스트 제안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내부 책임자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예산과 실행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역할을 채용하거나 맡길 때의 질문은 단순합니다. ‘어떤 안을 만들었나요?’에 이어 ‘왜 그 안을 선택했나요?’를 물어보세요. AI를 활용한 부분과 직접 판단한 부분도 함께 설명하도록 요청하고요.
다음 기획 회의에서는 새 아이디어를 요청하기 전에 이미 나온 안의 선택 근거부터 확인해보세요.
자료 안내: 해외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 작성한 한국어 요약·해설입니다. 연구 소개 이후의 회의 방식과 채용 질문은 플렉스웍의 적용 제안이며 실험으로 검증된 절차가 아닙니다. 연구는 하루 제품개발 워크숍을 다뤘으며 실제 출시 매출이나 시간제 채용 효과를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원문: Dell’Acqua 외, The Cybernetic Teammate: A Field Experiment on Generative AI and Teamwork, Organization Science, 2026년 6월 12일 온라인 출판. 논문·그림 8
썸네일: AI로 제작한 업무 장면 이미지이며 실제 기업 현장 사진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