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주 걸리던 의료 서비스 기획을 수일 안에 구조화한 멀티AI 협업 방식
빠르게 만든 기획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이유
AI를 활용하면 시장자료를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기능으로 바꾸고, 서비스 화면까지 설계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는 문서와 기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접수, 진료, 검사, 수납, 청구, 사후관리까지 여러 사람과 업무가 연결됩니다. 환자에게 편리한 기능이 직원에게는 새로운 입력 업무가 될 수 있고, 현장에서 유용해 보이는 기능도 기존 시스템이나 행정 절차와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의료 서비스 기획의 핵심은 문서를 빨리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의료 서비스 기획에는 왜 수주가 걸릴까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기획하려면 환자의 동선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의료진과 직원의 업무, 원무와 수납, 건강보험과 심평원 청구, 개인정보 관리, 행정기관 대응, 기존 EMR과 프로그램의 한계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부서마다 사용하는 용어와 필요한 정보도 다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의료 서비스 기획은 현장 조사와 인터뷰, 요구사항 정리, 업무 흐름 분석, 시스템 검토를 거치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종합건강검진센터와 24시간 입원환자가 있는 병원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이러한 복잡한 흐름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검진 운영과 환자 동선뿐 아니라 병동·외래·원무·수납·청구·일일 마감·부서별 보고·병원 인증과 행정기관 대응 등 의료기관 운영의 여러 단계를 가까이에서 다뤘습니다.
기획 속도를 높인 것은 도구보다 축적된 경험이었다
제가 의료 서비스의 구조를 비교적 빠르게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AI 도구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약 25~30년 동안 의료·행정·재무·금융·운영 현장에서 문제의 원인과 그 결과를 반복해서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병원 설립 초기부터 운영과 성장, 자금 압박과 금융기관 대응, 인수와 정상화, 폐업 이후의 정리까지 조직의 여러 단계를 경험했습니다. EMR, 외래 차트, 건강검진 프로그램, 회계 프로그램과 ERP를 직접 사용하며 기존 시스템에서 반복되는 업무와 누락되는 정보, 부족한 통계가 무엇인지도 확인해 왔습니다.
세무·금융·유통 등 다른 산업에서 쌓은 경험은 조직 안에서 사람과 돈, 정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오랜 조사 과정을 생략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축적된 현장 경험이 이미 상당 부분의 조사와 검증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현장의 불편이 서비스 기획으로 전환된 과정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당시, 외국인 환자가 방문하면 접수와 진료 안내부터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진단서 번역까지 여러 단계에서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와 달리 의료 현장에서는 표현의 정확성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마다 통역 인력을 즉시 연결하기는 어렵고, 환자에게 새로운 앱을 설치하도록 안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 경험은 훗날 QR이나 링크를 통해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접속할 수 있는 의료 현장용 실시간 통역 웹서비스 기획으로 이어졌습니다.
출발점은 새로운 통역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기술을 먼저 선택한 뒤 사용할 곳을 찾은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반복됐던 문제에 지금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결한 것입니다.
직원이 바쁜 데스크에서도 쉽게 안내할 수 있는지, 환자가 복잡한 절차 없이 사용할 수 있는지, 실제 의료현장의 흐름에 맞는지를 먼저 판단했습니다. 기술은 그다음이었습니다.
경험을 실행 가능한 구조로 바꾼 멀티AI 협업
제가 활용한 멀티AI 협업은 여러 AI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오랫동안 축적된 대화와 업무 맥락을 바탕으로, 각 AI가 기획·제작·검수 과정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도록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와 실제 운영 조건, 반드시 지켜야 할 판단 기준을 제시합니다. AI는 그 맥락을 바탕으로 흩어진 경험과 아이디어를 검증 가능한 서비스 기획과 실행 구조로 구체화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분명합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 직원의 업무를 줄일 수 있는지, 기존 업무와 시스템에 무리 없이 연결되는지입니다. 결과물이 그럴듯해 보이는 것과 현장에서 작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최종적으로 무엇을 채택하고 수정할지는 다시 현장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AI가 제 경험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제 경험이 AI를 제대로 일하게 만들었습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경험을 구조화하는 능력이다
같은 AI를 사용해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을 입력하고, 어떤 결과를 의심하며, 무엇을 현실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장을 모르면 보기에는 좋지만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실제 경험과 판단 기준이 축적돼 있다면 AI는 오래된 문제를 빠르게 정리하고, 검증 가능한 서비스로 전환하는 강력한 부스터가 됩니다.
앞으로도 의료현장에서 반복되지만 해결되지 않았던 불편을 찾아, 실제 사용 가능성과 사업성을 검증할 수 있는 서비스 구조로 전환해 나가려 합니다. 기술은 계속 바뀌지만, 사람과 현장을 이해하는 능력은 쉽게 대체되지 않습니다.
저의 업무 철학은 분명합니다. 현장을 먼저 이해하고, 기술은 필요한 자리에 정확히 배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