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명이 다른 나라, 다른 시간대에서 일한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같은 팀인데도 한국와 미국처럼 완전히 다른 시간대에서 일한다면 어떻게 협업을 할까요? 전 직원이 사무실 없이 완전 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깃랩(GitLab)의 사례를 들을 때마다 그 내부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깃랩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UX 디자이너 선정님을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어떻게 세계 최대 리모트 워크 회사에서 일하게 됐을까?
깃랩은 어떤 회사인가요?
깃랩은 간단히 말해서 일반 개발자, 데브옵스(DevOps) 개발자가 메인 타겟으로 하고 있는 테크 회사고요, 저희가 만든 깃(Git)이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회사들의 협업을 돕는 플랫폼이에요.
IT하는 모든 사람들이 협업할 수 있게 하는 ‘코드 저장소’라고 할 수 있어요. 소프트웨어 형상 관리(SCM, Software Configuration Management)의 하나인 깃(Git) 기술을 이용해 모든 개발자의 코드를 담고 그 안의 모든 히스토리를 저희 플랫폼을 통해 더 쉽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깃랩에서 UX 디자인을 하고 계시다고요?
저는 UX 외길 인생을 걷고 있어요. 프로덕트 디자이너, 인터페이스를 맡고 있습니다. 업무를 위해 유저 리서치도 일부 하고 있고요, 거기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토대로 디자인을 하고 다른 개발자들이 해당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 전에도 리모트 워크를 경험하신 적 있으세요?
한국에서 대기업을 다니다 독일로 온 뒤 두 번째 직장인데요, 완전 리모트 워크는 깃랩이 처음이에요. 바로 이전 독일 회사에서는 택배를 받아야하면 미리 얘기해서 하루 원격근무를 하는 정도로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서 유연한 근무 방식을 살짝 맛 보기 시작했죠. 예전부터 깃랩 유저였는데 깃랩이 풀 리모트(full remote) 회사라고 해서 지원을 했어요.

UX 디자이너가 말하는 리모트 워크 회사 장단점
사무실 근무, 하이브리드, 100% 원격 근무를 다 경험해 보셨네요.
사실 처음에 완전 원격근무에 대한 걱정이 많았어요. 저는 디자이너니까 혼자 일을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랑 워크숍도 해야 되고 같이 페어 디자인을 하는 일도 되게 많거든요. 사무실에 있으면 그냥 “옆 자리로 오세요” 하면서 같은 화면을 보고 일하면 되지만 “이게 과연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고, 실제로 깃랩의 채용 인터뷰 과정 내내 물었던 질문이기도 해요. 그런데 지금은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느끼고 막상 일을 해보니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리모트 워크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좋으셨나요?
✅가장 일하기 좋은 시간에 자유롭게 일하는 것
일할 때 온전히 집중하는 ‘포커스 타임’이 필요한데 업무를 유연하게 할 수 있다 보니 각자가 자기가 가장 일하기 좋은 시간을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직원들이 각자 캘린더에 자신의 포커스 타임을 표시해놓고 있어요.
✅진짜로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
또 회사 차원에서는 금요일에는 가능하면 미팅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있어요. 금요일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팅이 없으니까 정말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 그런 면에서 저는 생산성이 오히려 좋다고 느껴요. 제가 리모트 워크를 하기 전에는 단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오히려 장점으로 바뀐 것 중에 하나예요.
✅다국적 팀으로 일하는 환경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은 저희 회사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채용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팀원과 같이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직원으로서 정말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일하는 시간대가 다르면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네요.
✅늘 업무 메시지를 확인해야할 것 같은 부담감
처음에는 저도 어려움을 겪었어요. 미국에서 팀원이 밤 9시에 무언가를 확인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그걸 바로 확인하고 답변을 하곤 했어요. 업무 시간이 아닐 때 응답을 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매니저가 명확하게 얘기해주고, 서로 그렇게 생각하도록 격려하는 업무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이건 결국 리더십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의사소통을 잘 하는 법을 익혔어요
저도 지금은 다른 사람한테 업무 부탁을 할 때도 언제까지 해주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해요. 어떤 의견을 받으려고 할 때 3일 안에는 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명확하게 하는 거죠.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일한다는 게 양날의 검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 일하는 팀원과 미국 서부에 있신 팀원은 서로 겹치는 시간이 적으니까 협업면에서 단점이 될 수 있죠. 그런데 저희 회사는 아무래도 ‘우리가 완전 원격 업무 방식을 업계에서 이끌고 있다’라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보니 ‘다 함께 만나는 미팅을 지양하자’는 게 회사의 중요한 룰이거든요. 1:1 미팅을 제외하고는 팀 단위의 미팅은 가능한 지양하려고 하요. 팀 미팅의 목표는 거의 서로 친목을 다지기 위한 게임이나 수다 위주이지 업무를 위한 팀 미팅은 최소화하고 있어요.
✅모두가 '문서화'하는 기업 문화로 극복해요
만약 스테이크 홀더가 여러 명 있는 프로젝트는 미팅을 안 할 수가 없으니까 필요한 미팅을 진행하되 모든 미팅을 다 기록해요. 한국으로 치면 상무님, 팀장님 직급에 상관 없이 정말 ‘모두가’ 미팅 노트를 적어요. 만약 독일 시간으로 새벽 1시에 진행되는 미팅에 제가 참석을 못해도 아침에 일어나서 기록을 찾아서 볼 수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시차에 대한 문제는 분명이 있지만 그걸 극복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플렉스웍은 그간 리모트 워크를 선도하는 기업인 깃랩의 원격근무 팁을 여러 번 소개해 드렸었는데요, 한국인 디자이너가 계시다니 반가운 마음에 궁금했던 깃랩의 진짜 이야기를 마음껏 묻고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답니다. 미팅에 참여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기록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만큼 리모트 워크 문화가 단단하게 자리 잡은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다음 글에 이어서 원격으로 협업하는 방법, 문서화의 가치와 성과평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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